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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iosity&Challenge/Hobby

취미발레 한달 후기

by 솔리스 2021.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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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와 발레를 병행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한달.

필라테스를 1년 넘게 한 몸임에도 새로운 운동을 하고 함께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떤 때는 걷기 힘들 정도로 다리에 통증이 있어서 힘들었지만 발레를 시작한 것에 후회는 없다.

오히려 조금 더 일찍 시작할 걸하는 마음이 생겼다.

한 달밖에 안 한 초보이지만 그 동안 느낀 장점들은 몇 가지 있다.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된다.

오랜 시간 거북목과 비뚤어진 자세로 살아오면서 어깨가 굳고 머리가 아픈 일이 잦아졌다. 심한 경우, 진통제를 먹고 누워야 했고 생활 자체가 안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다가는 일상 생활도 쉽지 않아질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결국 필라테스 수업을 갔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가서 스트레칭과 다양한 코어 운동을 했지만 그룹 운동을 신청했다 보니 어떤 운동은 내 몸에 무리가 가서 남들이 그 운동을 하는 동안 쉬어야 했다. 이렇게 해서는 자세 개선이 너무 오래 걸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발레와의 병행을 시도했다.

 

예상대로 발레는 자세 교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발레는 한 시간의 수업 내내 바른 자세를 한 상태로 다양한 자세들을 한다. 갈비뼈를 닫고 목을 뒤로 밀고 복부에 힘을 주는 것. 바른 자세의 기본을 선생님께서 계속 지적하시기에 내가 지금까지 어떤 자세였으며, 그 자세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나의 경우 바른 자세라고 생각한 자세가 배를 내밀고 갈비뼈를 여는 자세였다. 쉽게 말해 D자 자세를 바른 자세로 생각했던 것이다. 선생님께서 코어가 약하고 거북목이라서 그렇다는 해답을 주셨다. 나름 필라테스를 1년 했는데도 코어가 잘 안 잡혔다는 점이 속상했지만 내 약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 일상 생활에서도 그 부분을 인지하고 자세를 잡고 있다. 멍 때리다가 갈비뼈를 닫고 배에 힘을 준다던지 아무 생각 없이 서 있다가 자세를 다잡는다던지. 몇 십년간 가졌던 습관이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겠지만 조금씩 바꾸어 나가고 싶다.

 

발레할 때 거울에 둘러싸인 상태로 운동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거울을 보다보면 나 뿐만 아니라 선생님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의 자세도 보게 되는데 그게 자극이 되어서 스스로 자세를 계속 고치게 된다. 이 상태를 일주일에 약 두시간하면서 어깨 굳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발레를 하고 오는 날은 상쾌함을 느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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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운동복, 발레 슈즈

운동을 위해 준비할 것들이 거의 없어서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처음 운동을 할 때에는 이 운동이 나한테 맞을지 아닐지를 모른다. 나한테 맞는다는 것은 운동 자체의 힘겨움 보다도,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느냐를 의미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즐겁다면 꾸준히 다닐 수 있지만 재미를 전혀 못 느끼고 힘들어 하기만 한다면 그 운동은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이다. 나의 경우 요가가 딱 그랬다. 힘겹게 다녔지만 상쾌하다거나 뿌듯함을 느끼기 힘들었기에 약 한 달만에 그만둬 버렸다. 다행히도 이 때 큰 준비물들이 필요 없었기에 "괜히 샀네" 싶은 것들이 없었다.

발레 역시 마찬가지다. 시작과 동시에 레오타드를 사는 경우도 많지만, 그런 경우는 발레에 대한 로망이 원래부터 있었거나, 옷이 운동의 동기 부여가 되는 경우이다. 나는 발레 공연도 본 적이 없고 레오타드가 크게 예쁘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나는 완전히 자세 교정용으로 택한 운동이었기에 레오타드들의 가격이나 관리 면에서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발레슈즈(약 12,000원. 바 운동 때 필수.) 외에는 필라테스에서 입는 운동복으로 운동한다. 필라테스 운동복도 몸에 달라붙는 재질이기 때문에 자세를 정확히 볼 수 있고, 얇지 않아서 추위에도 부담이 적게 느껴진다. 아마 나는 발레를 1년 정도 하고 난 뒤에야 레오타드 사는 것을 고민하게 될 것 같다.

 

 

발레 학원에서 싸게 산 발레 슈즈. 페이크 삭스에 신고 있다.

 

내가 가졌던 오해와 실제는 다음과 같다.

 

발레는 유연한 사람만 하는 것이다?

이 편견이 큰 장벽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No.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전공 발레가 아니라 취미 발레이다. 취미는 그냥 내가 "좋아서"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수업 초반의 스트레칭 시간이 매우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나의 경우 어릴 때부터 손이 발에 닿아본 적이 없다. 게다가 척추측만증으로 허리도, 골반도 비틀어진 상태이다.

그래서 스트레칭 시간의 모습이 웃기다. 남들 하는 정도의 반도 못 따라가고 그나마도 선생님이 잡아 당기거나 고정시켜줘야 운동을 한다. 그래도 크게 속상하지 않다.

운동에서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과거보다 발전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나는 한달 전의 나보다 유연성이 좋아진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거울에서 비교했을 때 우스꽝스럽지만 만족스럽다. 나는 내 페이스대로 발전하면 되니까.

 

발레는 스트레칭일 뿐이다?

이것도 No. 유연성도 중요하지만 근력이 가장 중요하더라. 발가락에 힘 주고 버티기, 중심 잡기 등 모든 발레 자세가 근육을 필요로 한다. 바 잡고 서서 하는 동작들만 해도 다리가 뻐근한데 거기에 점프 연습까지 하면 그 다음날은 못 걸을 수준이다. 그래서 준비운동으로 스트레칭 뿐만 아니라 플랭크를 병행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동하는 자세를 연습한다고 발레 연습장을 몇 바퀴씩 돌고 나면 유산소 운동이 된다. 끝나고 나서 다 같이 헉헉대는 풍경이 나온다. 사실상의 전신 운동이다.

 

발레는 멍하니 자세만 따라하면 된다?

전혀 아니었다. 처음에는 한 자세씩 선생님을 따라하지만, 곧바로 자세들의 순서까지 암기해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춰야 한다. 첫 수업은 매우 정신 없었다. 자세 잡기도 어려운데 그걸 외워서 음악 박자에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멍하니 수업을 듣다가는 안무 암기도 못하고 옆 사람만 보고 베껴야 할 수 있다. 아침부터 머리를 쓰려니 힘들지만 잡생각 없이 몰두할 수 있어 마음이 안정된다. 현재도 자세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안무를 매 수업마다 연습하니 따라하는 모양새가 조금 나온다.

 

다음 달, 그리고 내년에도 꾸준히 필라테스와 병행하여 자세를 고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지금은 발레 하는 것에 허덕여 필라테스까지 포함하여 운동을 주 3회 정도만 하지만 조금씩 늘려나가서 매일 운동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

나처럼 자세 교정이 필요하다고 느끼거나 음악에 맞춰서 스트레칭과 운동을 하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다.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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